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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진짜 삶을 살라

by Lazy Quant 202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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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는 책의 두께에 비해 읽는데 오래 걸렸다. 심리학적 내용이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읽는 내내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책의 부제가 "진짜 삶을 말하다"이다. 진짜 삶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기력하다는 의미다. 진짜 삶이란 어떤 삶을 말하는 것일까? 진짜 삶을 산다면 무기력에서 벗어나 매일 행복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답답하고, 매일 밤 잠들기 전 아쉽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01. 현대인은 깊은 무력감에 빠져있다.

우리는 모든 에너지를 가지고 싶은 것을 갖는 데 쏟는다. 그런 행동의 전제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묻지 않는다. 전제 조건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현대인은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정말로 스스로 원하는 것인지를 고민할 시간을 내지 않는다.

 

 현대인이 깊은 무력감에 빠진 이유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타인과 같아지고 싶어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무리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들이 역설적이게도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타인을 따라하는데 성공하여도, 그것이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행복이 아닌 무기력을 느낀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채 다른 사람들을 따라 살아간다.

 

 어린 시절 한 때 나의 장래희망은 외교관이었다. 내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아는 형의 장래희망이 외교관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외교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랐다. 나의 어린시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목표는 그저 좋은 대학에 입학 하는 것, 좋은 회사에 취업 하는 것,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 대학에 가서 무엇을 공부하고, 회사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 많은 돈을 벌어서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인간이 타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자본주의의 영향도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잘 '팔리는' 성격이 있다. 많은 회사들은 채용 시에 인적성 검사를 진행한다. 회사와 잘 맞는 인성을 가진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서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를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인간 관계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자신은 어느정도 '인기'있는 사람이여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꾸며간다.

 

 

02. 나는 무기력에 빠져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개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중에도 자립적인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자립적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더 나아가 위험한 생각이다. 자립적이라는 생각이 이런 상황을 만드는 조건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를 중반까지 읽으면서 나와는 상관이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무기력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다른 사람과 달리 '진짜' 내 자신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착각'하고 있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뜨끔했다. 작가가 이렇게 '당신도 예외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데도 그냥 넘어가면, 책을 읽는 목적이 희미해지고 만다.

 

 일주일동안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고 분석해보았다. 나는 정말 진짜 나의 삶을 살고 있는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왜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어떤 행동이 의미없이 반복되는 무기력한 행동인지, 왜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지 살펴보았다.

 

 행동을 분석하고 정리해보니,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성장과 나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독교의 가치관과 많은 부분이 맞닿아있었다. 에리히 프롬은 종교적 가치관 또한 외부에서 주입될 수 있는 속성 중 하나라고 말한다. '성장과 나눔'이라는 가치 또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라는 종교에서 주입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설령 종교로부터 주입된 가치관일지라도, 그 종교를 진정으로 믿고 따른다면 그것은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이는 조금 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03. 어떻게 진짜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진짜 삶의) 첫 번째 조건은 감탄의 능력이다. (···) 세상은 더 이상 기적으로 가득하지 않고 사람들은 세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감탄의 능력이야말로 예술과 학문의 모든 창조적 결과를 낳는 조건이다.
(진짜 삶의) 두 번째 조건은 집중력이다. (···) 우리는 늘 분주하지만 집중하지 못한다.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미 다음 것을, 지금 하는 일을 끝마칠 수 있는 그 순간을 생각한다.
(진짜 삶의) 또 한 가지 조건은 회피하지 않고 양극성에서 나오는 갈등과 긴장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 갈등은 감탄의 원천이며, 자신의 힘과 흔히 '성격'이라 부르는 것을 개발하는 원천이다.
(진짜 삶을 산다는 것은) 매일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무기력한 현대인이 진짜 삶을 살기 위한 4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런데 그 방법들이 낯설지 않았다. 크리스천이라면 이 네 가지 방법이 세상 속에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방법과 매우 유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이 나에게는 위안으로 다가왔다.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면서 한 편으로는 '나만 미련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든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과 안위를 위해서 살아가라고 말하며, 자신의 것을 나누고 낮아지려는 크리스천을 미련하다며 손가락질 한다. 그런 세상으로부터의 고립을 견디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에리히 프롬은 '진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세상으로부터의 고립이 필수적인 과정이라 말한다. 각자 '진짜 삶'의 모습은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외로움과 두려움이 쓸데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기독교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외롭고 고된 시간일 수도 있지만, 진리를 향해 꿋꿋히 걸어나가는 삶이 진짜 나의 삶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나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무기력이 아닌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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