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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by Lazy Quant 2018.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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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예고편을 보고, 언제 한 번 봐야겠다 생각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영화가 내릴 때까지 보지 못 하였다. 알고 보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2011년 맨부커 상을 수상한 작품이 영화로 제작된 것이었다. 자기 전에 조금씩 읽다가 연말에 고향 내려가는 기차에서 남은 부분을 단숨에 읽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1부와 2부를 한 번에 읽지 못한 것이었다. 2부를 읽을 때 1부의 내용이 완전히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억의 불완전성을 내용 외적으로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01.

 1부에서 토니가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에게 썼다고 기억하는 편지는 '쿨하게 친구로서 그들을 축복'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2부에서 베로니카가 지니고 있던 그 편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인간의 기억이 불완전하고 언제든지 자기 편의적으로 왜곡된다는 사실은 경험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

 오랜 친구들을 만나서 옛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친구들은 내가 예전과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가에 대해 종종 이야기한다. 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성향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나 스스로도 예전에 장난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들이 '어휴, 어렸을 때 나를 얼마나 못 살게 굴었는데'라며 과거의 사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낼 때면 어렴풋이 기억은 나지만, 그것이 그저 어린 친구들끼리의 가벼운 장난이었는지, 친구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만큼의 심한 장난이었는지 혼란스러워 마음 한 켠에 짐이 되기도 한다.


아직도 전혀 감을 못 잡는구나

02.

 화자인 토니의 입장에 감정이 이입되어 책을 읽다보면, 끝까지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는 베로니카가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대체 뭘 감을 못 잡는다는 말인가? 물론 결말에 그만한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토니의 입장에서는 할만큼 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토니와 함께 끝까지 아무런 감도 잡지 못 하면서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지막이 돼서야 아주 다른 맥락으로 읽어왔음을 깨닫고 다시 1부를 뒤적이게 된다. 1부와 2부 사이에 긴 텀을 두고 읽었던 것이 이 부분에서 많이 아쉽게 느껴졌다. 이왕이면 이 책은 한 번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내는게 그 재미를 느끼기에 좋은 것 같다.



나는 안다.

이제는 바꿀 수도, 만회할 수도 없음을.

03.

 토니는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아름답게 추억하고자 하고, 자기 보호라는 본능으로 자신의 청춘을 찬란하게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마지막이 되어서야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토니가 사과해야할 사람은 베로니카가 아니었고, 에이드리언과 사라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친구들이 아직도 나를 마주보고 웃으며 과거 나의 악행(?)들을 안주거리로 꺼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느껴지긴 한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나는 '만약 나 때문에 힘든 일이 있었다면, 미안하다.'고 지금에서라도 사과를 한다. 스스로 기억을 왜곡시킨다고 한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은 변하지 않는다. 사실 만회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지금이라는 순간을 살아가며, 현재를 만들어가는 방법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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