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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카오스 멍키

by Lazy Quant 2018.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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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좋은 기업의 설문에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미디어를 통해 일류 셰프가 요리하는 카페테리아, 자유로운 출·퇴근, 높은 연봉 등 실리콘밸리의 부러운 기업문화를 종종 전해듣고는 한다. 그러나 『카오스 멍키』에서는 내부 직원(이었던)의 시각으로 바라본 실리콘밸리의 날 것 그대로를 낱낱히 밝히고 있다. 나 또한 IT 분야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더 몰입해서,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명성과 권력의 계단에는 기름칠이 되어 있다.

누구든 올라가려 노력할 수 있지만, 굴러 떨어질 때 받쳐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01.

 책 속에서 자주 '실리콘밸리의 소시오패스들'이라는 표현을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다른 그 무엇도 신경쓰지 않는 소시오패스들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존경받는 기업가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도 수 많은 사람들을 배신하고 밟고 올라선 사람이라는 글을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은 모든 죄를 용서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소시오패스들은 죄를 짓지 않는 편보다, 더 큰 죄를 지으며 성공을 위해 나아가는 편을 선택한다.

 겉으로는 사회에 이바지하고, 기술 발전을 위해 헌신하지만 실은 "자본주의적 프리즘에 굴절된 지속적 자기계발만을 좇으며, 그들의 삶은 이기심이라는 터보엔진을 단 아노미"와 같다. 나의 삶의 태도 또한 그들과 다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리콘밸리의 모습이 내가 추구하는 모습은 아니다. 성공의 유혹은 너무나 달콤하지만, 다른 사람의 등에 칼을 꽂아야만 할 수 있는 성공이라면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적인 말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성공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바이고, 노력해야할 길이다.


페이스북은 진짜, 진짜, 진짜 돈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게 아닌 진정한 신도들로 가득하다.

02.

 이 책을 읽으며 즐거웠던 점 중 한 가지는 페이스북의 기업문화를 바로 옆에서 보는 것처럼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의외였던 것은 페이스북에 '워라밸'이라는 것은 없다. 오직 일만이 존재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워라밸'을 상당히 중시한다. 10년 전만 해도 일에 매몰되어 살았던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연봉을 낮추더라도 워라밸이 좋은 회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러러보았던 실리콘밸리에 워라밸 따위는 없다. 물론 실리콘밸리는 그에 합당한 높은 보수를 지급한다. 하지만 연봉 50만달러(한화 약 5억 4천)의 20대 청년들을 회사에서 14시간씩 일하도록 붙들어 두는 것은 비단 돈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들을 붙들어두는 것은 비전이다. 이런 점에서 저커버그는 천재라고 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가슴이 벅차 다른 모든 것을 집어삼킬 만한 새롭고 다른 세계의 비전을 제시"한다. 페이스북의 직원들은 정말로 자신들을 통해 세계가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서 가장 상위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일을 통해 충족시키는 것이다. 회사의 비전과 나의 비전이 일치하고, 회사와 내가 공동의 비전을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느낌이 든다면 일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 같기도 하다.


03.

실리콘밸리는 진보와 혁신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성과주의가 있다. 저자가 페이스북에서 해고 당하는 장면에서는 '이렇게 쉽게 해고가 된다고?'라는 생각이 들며, 비교적 안정적인 지금의 회사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좋다고 느껴졌다. 책을 덮고 찬찬히 생각해보면서, '과연 이게 좋은걸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실리콘밸리처럼 쉽게 해고가 되는 것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입사 후 1년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보수적인 기업문화에 젖어들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기업 같은 문화에 익숙해지고, 어느순간 변화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실리콘밸리의 '해크'한 문화를 꿈꾸며 입사했지만,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안하는 더 큰 실패를 향해 나아가게 된 것 같다.

의지를 갖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허나 의지를 불어넣지 않는다면 꿈으로 남을 것이다.

이 책은 회사에서 점심시간마다 틈틈히 읽었다. 회사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꿈과 도전이라는 것을 잊어갈 때마다 실리콘밸리의 빠르고 민첩한 혁신,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소시오패스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열정에 조금씩 불을 지폈다. 이제 입사 2년차가 되는데, 입사하며 꿈꿔 왔던 것을 꿈으로만 남겨두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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