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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유성의 인연

by Lazy Quant 2018.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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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왔다. 본가에 내려오면 좋은 점 중 하나는 읽을 책들이 많다는 것이다. 책장에서 여러 책들을 보던 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알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9년도 작 『유성의 인연』을 꺼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유성의 인연』은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작품이었다. 2권의 책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었다.


이 세상은 속느냐 속이느냐, 둘 중의 하나야.

...

요컨대 제대로 집어먹은 놈이 이기는 세상이야.

우리도 당하면 되갚는 거야.

01.

 세 남매 중 첫째이자, 가장 이성적인 고이치가 동생들을 데리고 전문 사기단이 된 계기는 자신이 사기에 속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삶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마련이다.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사기를 당한 고이치가 사기를 치게 되며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합리화한다. 비록 사기라는 잘못된 수단을 통해서 돈을 벌기는 하지만, 삼남매는 나름의 룰을 정해 최악의 삶은 피하고자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고이치가 마지막에 부모님을 살해한 살인범을 밝혀낸 것은, 자신이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유키나리 덕분이었다.


우리 식당에 손님을 끌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의 발길이 이쪽 거리로 향하게 해야합니다.

식당 간의 승부는 그 다음입니다.


02.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도가미 유키나리일 것이다. 자신이 새로운 체인점을 내는 곳 주변의 식당들을 적이라 생각하지 않고, 전우라고 생각한다는 대사는 올곧은 유키나리의 성격을 잘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이 눈 앞의 이익을 따르다 큰 것을 놓치고만다. 내 옆 사람보다 더 잘하기 위해 함께 탄 배를 침몰시키기도 한다. 만약 자신의 아버지가 유력한 용의자가 될만한 증거들을 은폐시켰다면, 유키나리는 평생을 자신의 아버지가 살인범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유키나리는 자신에게 득이 되든 해가 되든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 이렇게 작은 것을 숨기지 않았기에, 더 큰 진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03.

 예전에는 소설, 특히 이런 추리/스릴러 장르에 해당하는 소설들을 읽을 때 재미는 있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책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어야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히려 이렇게 마음을 열고 책을 읽다보니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아니지만, 한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깊은 울림을 받을 때가 있고, 한 줄의 대사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화두가 될 때도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특히 그런 것 같다. 매력적인 등장 인물을 심어 놓고, 그 인물들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소설을 낮게 평가하기도 하지만, 독자에 따라서 그 흥미 위주의 소설에서 많은 것을 얻기도 한다. 그래도 일단은 재미가 있으니, 책을 들어 읽게 한다는 장점 또한 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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