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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숨결이 바람 될 때

by Lazy Quant 2018.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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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01.

 도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작년 내내 올라와있던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은 평소 에세이를 잘 읽지 않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특별히 싫어한다기 보다는 항상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에세이보다는 소설 작품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가 더 강렬하다고 느꼈고, 에세이를 읽는 것은 주변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못 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에세이에 대한 나의 편견은 깨어졌다. 한 개인의 삶과 가치관이 나에게 이렇게 강렬한 메시지를 줄 수가 있구나. 신경외과 의사로서 '폴 칼라니티'의 업적이 내가 알만큼 위대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어째서 하나님은 이런 사람을 이렇게 빨리 데려가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02.

 폴 칼라니티는 개인의 성공과 안위보다는 소명을 따라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그였지만, 죽음이 자신의 눈 앞에 다가와 있는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진정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가 정신이 흐려질 때까지 노트북을 놓지 않으며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죽음을 선정적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우리 모두의 앞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이 언제 찾아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조만간 나에게 죽음이 찾아올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그러나 가능성이 0이 아닌 이상, 죽음에 관하여 통계적 수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서른여섯살에 폐암에 걸릴 확률은 0.0012% 밖에 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낮은 수치가 아니라 누군가는 걸린다는 것이고, 그게 폴 칼라니티일 수 있고, 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03.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중요한 것은 삶의 길이가 아니라 삶의 의미이다. 내 삶의 의미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사랑'이다.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전하기 위해 살아간다. 만약 내가 1년 뒤에 죽는다면, 지금의 회사를 계속 다니고, 지금과 같은 삶을 살아갈까? 당연히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삶을 살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은 1년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전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버는 것은, 주변에 베풀기 위해서이고, 세상에 사랑을 전하기 위해 내 생활 자체도 이어 나아가야하기 때문이다.


 소명을 따라 의사가 되고, 항상 환자의 죽음을 곁에서 바라보았던 폴 칼라니티조차도 의사라는 직업의 틀에 갇혀 환자의 병을 해결해야 할 하나의 문제 정도로 바라볼 때가 있었다. 나는 IT가 삶과 죽음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 세상을 바꿀만한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 분야를 선택했다. 그러나 나 또한 직업이라는 틀에 갇혀서 나의 소명을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폴 칼라니티를 통해 다시 한 번 내 삶의 의미를 떠올렸고, 마음에 '사랑'을 되새기며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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