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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예전에 즐겨 보았던 유튜브 채널인 '체인지 그라운드'의 고영성 작가님이 추천한 책이다. 처음 추천 영상을 볼 때 『냉정한 이타주의자』를 이미 읽은 책이라고 착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 읽었던 『효율적 이타주의자』와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의 상당 부분이 유사했기 때문이다. 선(善)의 실현에서도 이성적 판단을 중시해야 한다는 핵심 아이디어가 동일했다. 그럼에도 고영성 작가님이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여 읽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 따뜻한 가슴에 차가운 머리를 결합시켜야, 다시 말해 이타적 행위에 데이터와 이성을 적용할 때라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01. 당신의 선한 의지가 정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가?
작년 『효율적 이타주의자』를 읽고, 기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지금 하고 있는 기부가 최선일까?'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없었다. 기부를 한다는 사실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기부의 효율성에 대해 스스로 검증을 해본 적은 없었다. 기부 단체를 선택할 때도 그저 많이 알려진 단체들 위주로 선택했었다.
『효율적 이타주의자』를 읽고 기부의 효율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기부처를 바꾸지는 않았다. 기부의 효율이 중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했었다. 다만 이미 진행하고 있는 후원이 끊겼을 때, 대상자들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비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그들의 마음을 지키는 것 또한 선(善)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하고 있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기부의 효율성에서 그치지 않고,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들이 정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까지 파고든다. '플레이펌프'의 사례를 들며, 선한 의도로 행한 일이 오히려 해(害)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 결과로 인해 비난을 받는 것만큼 억울한 일이 없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선행에도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시간과 돈은 서로 교환 가능하다. 가령 돈으로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사거나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관련 직업을 선택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진심으로 남을 돕고 싶다면 기부를 위한 돈벌이도 고려할만한 경로다.
02. 당신의 시간과 돈이 선한 곳으로 흘러들어가는가?
사람들은 누군가 봉사 단체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존경심을 나타내고,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하면 탐욕스럽다고 수군거린다. 특히나 신앙 생활을 하다보면 '돈'을 추구하는 행위가 절제해야할 욕망으로 취급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직업으로 삼은 일 그 자체가 나의 전부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 마음의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기부를 위한 돈 벌이를 택했다면, 최선을 다해 돈을 벌어야 하고, 최선을 다해 나누어야 한다. 돈을 버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돕겠다고 해놓고, 남는 시간을 무의미한 시간으로 흘려보낸다면, 아주 비효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 되버린다. 돈을 버는 것에 더 자신이 있다면, 기부를 위한 돈벌이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선택지이지만, 그만큼의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돈과 시간의 교환 가능성이다. 경제학적으로도 '시간 = 돈'이라는 원칙이 명백하게 성립된다. 물론 돈도 벌고, 봉사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효율성으로 따졌을 때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에도 역량을 키우기 위해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선의 실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의 여유 시간도 선한 곳을 흘러들어가고 있는가?
이타적인 성향이 당신만큼 강하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다 보면 자기 본연의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03. 당신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곳에 있는가?
지금까지의 논리로 따져본다면, 기부를 위해 돈벌이를 선택한 사람은 온전히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돕겠다고 결심하더라도, 평생 그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가장 중요한 '마음의 중심'이 휘둘릴 수 있다면, 그 선택지는 좋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저자는 돈 자체를 대단한 가치로 여기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고 말한다. 정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라도 마음의 중심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자리라면 포기할 줄 알아야한다.
돈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 '타인을 돕기 위한' 목적이 사라져서는 안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주는 유혹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실제 수중에 많은 돈이 들어왔을 때 처음의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이타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그 마음을 단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돈의 유혹을 받지 않는 환경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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