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줄 평 : 빠른 세상 속 느려야만 가질 수 있는 경쟁력, 깊은 생각.
00.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방대한 정보는 정말 우리에게 유익한가? 수 많은 정보를 뇌에 저장하면서도, 아니 눈으로 인식하면서도, 그 정보들이 정말 나를 발전시킨다는 확신은 없었다. 많은 자료들을 읽고나서도 남는 게 없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심지어 이미 읽었던 논문을 반 정도 읽고 나서야 이미 읽은 논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적도 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인터넷'을 지목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얻은 정보들은 쉽게 날아가버린다. 또한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을 보지 않고, 빠르게 스킵하며 필요한 부분만을 보게 되며 사고하는 능력마저 약해지고 있다. 니콜라스 카는 해결책으로 '독서'로 대표되는 느린 사고를 제안한다.
배우고 곰곰이 생각한 대상에 대해 스스로 요약하거나 내면화해야지, 모델로 삼은 작가의 바람직한 면을 무조건 재생산해서는 안 된다.
01.
2020년까지 생성되는 정보의 양이 40ZB(제타바이트)를 넘을 것이다. 일을 할 때에는 언제 어디서든이런 방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더 이상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등 두꺼운 책을 옆에 끼고 일할 필요가 없다.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구글링 한 번이면 웬만한 문제들은 해결할 수 있다. 많은 정보와 빠른 검색은 일의 효율을 엄청나게 높였다.
그러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양한 정보들을 쉽게 모으더라도, 그 정보로 가치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의 뇌 깊숙한 곳에서의 사색이다. 회사에서 끝없이 업무 효율화를 독려한다. 그러나 업무 효율화가 단순히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 업무 효율화는 더 가치있는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는 준비 단계이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단순한 업무들을 대체하고 있다. 우리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넘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우리가 희생하는 정신적 기술들은 우리가 새로 얻는 기술과 비교해보면 더욱, 어쩌면 훨씬 더 가치 있을 수도 있다. 뉴런과 시냅스는 우리 사고의 질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뇌의 유연성이라는 특성 속에 지적 쇠퇴의 가능성이 이미 내재해 있는 셈이다.
02.
'빠르게' 수집된 많은 정보들이 실제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쉽게 얻은 정보들은 쉽게 증발해버린다. 그리고 빠르게 수집하는 방식은 깊게 사고하는 능력을 쇠퇴시킨다. 인공지능을 공부하면서 여러 논문들과 자료들을 참조한다. 이 때 한 논문을 깊게 파고들어 연구하는 게 아니라, 여러 논문들에 있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훑고 넘어간다. 그렇게 이론적인 학습을 끝낸 후 실제로 모델을 구현한다. 이 때 머릿 속에 여러 정보가 가득차 있기는 하지만, 독자적으로 모델을 구현하기 위한 마지막 매듭은 스스로 풀어내야 한다.
빠르게 논문을 훑었다고 하더라도, 여러 논문들을 읽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그렇게 투자한 결과가 단순히 '어떤 정보가 어떤 논문에 있었다'는 인덱스 정도라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결과가 된다. 오히려 한 논문을 읽더라도 깊게 탐구하고, 그 핵심을 온전히 내면화하는 것이 낫다. 핵심적인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의 추론 과정을 곱씹으면서 통찰에 감탄하다보면, 마지막 매듭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균형잡힌 사고의 발달은 광범위한 정보를 찾고 재빨리 분석하는 능력과 함께 폭넓은 성찰의 능력도 요구한다. 효율적인 정보 수집을 위한 시간과 함께 비효율적인 사색의 시간도, 그리고 기계를 작동하는 시간과 함께 정원에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도 모두 필요한 것이다.
03.
손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뇌는 깊게 사고하기를 포기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인터넷이라는 유용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불편함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결국은 빠른 정보 습득과 깊은 사고의 균형이 중요하다. 우리의 삶이 이미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반대쪽에 힘을 더해 중심을 맞추기 시작해야한다. 빠른 정보 습득의 통로가 인터넷이라면, 깊은 사고의 길은 독서이다. 인터넷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그러나 바쁜 사회 속에서 독서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서 노력해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더 이상 독서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독서 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깊은 사고'가 바쁜 현실에 치여 우선 순위를 잃어간다. 자연스럽게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가치는 높아진다. 역설적이게도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의도적으로 느려져야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바로 깊은 생각이다.
'독서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통섭과 투자 (0) | 2019.08.06 |
|---|---|
| 안식일은 저항이다 (0) | 2019.07.21 |
| 『냉정한 이타주의자』따뜻한 가슴에서 피어난 선한 의지, 차가운 머리로 실현하는 영향력 (0) | 2019.05.30 |
| 평균의 종말 (0) | 2019.05.24 |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0) | 2019.05.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