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 세상은 더 일하라고 말하고, 하나님은 안식을 누리라고 말씀하신다.
00.
신앙 생활을 하면서 내가 변화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때 가장 힘들다. 입술로써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신실하심을 믿는다고 고백하면서도 여전히 하나님을 알지 못할 때와 똑같이 살아간다. 여전히 돈과 성취, 인정을 바라며 내 몸을 혹사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회의를 느낀다. 변화하지 않는다면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하나님은 내가 다른 마음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기를 원하신다.
안식일을 거룩히 여기라는 말씀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도 알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안식일을 거룩히 여긴다는 것은 단순히 주일에 교회에 나가 예배에 참석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주일의 대부분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모임에서 리더로 섬기며 보낸다.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예배 전과 후에 공부와 일을 하며 보낸다. 그러다보면 예배 때 딴 생각을 하기도 하고 공동체에 집중해야할 모임 시간에 피곤해하곤 한다. 이는 안식일을 거룩히 여기는 모습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상황은 더 큰 안녕과 더 큰 행복을 끝없이 추구하게 하지만, 이런 추구에는 늘 만족이 없다. 우리는 여태껏 한 번도 충분히 갖지 못했고 충분히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 시스템을 주관하는 신(다른 신들)은 시장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신들이다. 이 신들은 끝없는 욕망과 필요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욕망과 필요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데도 늘 더 큰 노력을 요구한다.
01.
소유를 통한 행복은 일시적이다. 처음 소유하게 되었을 때는 큰 기쁨을 느낄지 모르지만, 그 만족은 오래 가지 않는다. 이미 내 것이 된 것에 대해서는 금방 당연하게 느끼고 새삼스럽게 그 물건 때문에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돈을 모으고 고민해서 풀프레임 카메라를 처음 샀을 때는 기뻤지만, 이제는 또 더 고급 기종과, 수많은 렌즈들이 눈에 들어온다.
단순히 물건의 소유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취업 전에는 그토록 원했던 직장이 마지못해 다니는 곳이 되고, 더 좋은 곳을 향한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누구나 경험적으로 소유를 통해 완전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이라면 진정한 행복을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많지 않다.
안식일 준수는 더 큰 공공 정체성 속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천명하고, 그 자체가 반인간적인 관습을 요구하고 반인간적인 잡신에게 예배할 것을 요구하는 '주류'의 정체성을 거부하는 반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이런 반대 정체성을 행동으로 옮기는 방식이 되었다.
02.
진정한 행복이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하나님이 명령하신 안식일의 쉼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까? 바쁘게 살아가라고 채찍질하는 세상 속에서 쉼을 누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열심히 살아가는 것,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것들도 적정 수준을 넘어설 때 우상이 되어버린다. 세상 일을 열심히 하느라 하나님께 나의 시간을 드리는 것이 아까워지는 순간 성실함은 우상이 되어버린다.
성실히 살아가는 것마저 하나님을 따르기 위해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더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일하는 것을 중단하고 쉬어야 한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미 수차례 역설적인 하나님의 힘을 경험한 바 있다. 하나님은 나의 힘을 빼는 역설적인 방식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력히 드러내기를 원하신다. 이는 내가 술을 마시지 않고, 기부를 하며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나의 모든 소유가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입술이 아닌 삶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염려하지 말라! 소유 때문에 근심하지 말라. 이 가르침은 사람이 재물을 얻으려고 탐욕을 부리며 살다가는 아직(영원히!) 충분히 갖지 못한 것 때문에 늘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불안 상태에 빠지고 만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대안은 우리가 에너지를 "그의 나라를 구하는 데" 다시 집중하면 하나님이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시리라는 확신을 그 기초로 삼는다.
03.
안식일을 지키는 것, 더 근본적으로는 하나님만을 의지하기 가장 어려운 이유는 내가 높아지려는 마음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많은 소유가 곧 큰 힘이다. 부족해서 가지려는 것이 아니다. 소유를 통해 힘을 얻고, 내 인생을 내가 통제하기 위해 가지려는 것이다.
이미 먹고 살기에는 충분하고, 미래를 생각했을 때도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나의 입지를 더 확실히하여 높아지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구한다.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과 앞으로 가지게 될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비로소 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매일 경험 해야한다. 온전히 안식을 누려서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경험하게 되고, 하나님께서 내 인생을 책임져 주신다는 사실을 믿으며 온전히 안식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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