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 복잡한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은 투자만이 아니다. 다양한 지식으로 투자가 완성된다.
00.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소위 '여윳 돈'이란 게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월급만으로는 넉넉한 삶을 살아가기 힘든 현대 사회에서 재테크는 필수처럼 느껴졌다. 예·적금 등의 은행 상품부터 시작해서, 채권, 펀드, P2P 투자까지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시작했다. 3년 정도 나름 고군분투했지만, 손익을 따져보면 수익률은 0% 정도인 듯 하다. 가입하고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되는 예·적금과 같은 상품도 있지만,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상품도 있기 때문에 0%의 수익률이란 사실상 마이너스를 의미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얻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투자 자체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투자 공부를 계속 한다고 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맞는가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통섭과 투자』를 접하게 되었다.
경제학 지식이 적은 학자들에게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친 공동 연구에서 얻어진 통섭 능력은 가장 심오하기 대문에 기업과 시장의 작동 원리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도 있다.
01.
투자를 업으로 삼는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수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본업 외로 공부를 틈틈히 한다고 해서 투자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IT 공부, 독서, 운동 등 다양한 관심사에 우선순위가 밀려있었기 때문에, 투자를 먼저 생각하며 공부 할 자신도 없었다. 투자에 올인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투자에는 손을 떼야하나 고민했다.
그러나 『통섭과 투자』에서는 오히려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얻고 지식을 보유한 사람들이 투자를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복잡계인 시장 속에서 투자라는 분야 자체가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꾸준히 학습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투자에 대한 통찰을 넓힐 수 있다. 지금 당장은 3년 간의 노력이 그저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상태라 부질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길기에, 꾸준히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 학습하고, 투자를 경험해 임계점을 넘는다면 시장을 올바른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관성 원칙을 완화하는 방법 하나는 세상을 확률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어느 분야든 확률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면 필요할 때 견해를 쉽게 바꿀 수 있다.
02.
투자는 결국 확률 싸움이며, 확률을 계산해 기대 값이 높은 곳에 베팅 한다는 점 때문에 도박과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대 값을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것이 실력이기에 단순히 운에 의지하는 도박과는 다르다. 기대 값을 계산하기 위해 시장을 이해해야 하지만, 시장이 너무나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기를 포기해버린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투자인 근거 없는 투자가 시작된다.
사실 지난 3년 동안 내가 투자한 모습도 거의 다를 바가 없다. 투자한 이력을 지금 다시 돌아본다면 어떤 기준으로 매수/매도 판단을 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피땀 흘려 번 돈을 투자하면서도 그저 잘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에 의지했을 뿐이다.
지금 당장은 정확한 확률과 기대 값까지는 계산해낼 수 있는 수준이 안 된다. 그러나 왜 매수/매도 했는지 정도는 기록하고 다시 되돌아보면서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내 나름 확률과 기대 값을 판단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으로 다시 투자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또한 세상을 확률의 관점을 바라보는 연습은 시장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습관적으로 할 수 있다. 내 의식의 흐름을 확률적으로 바꾸어나가는 중요한 공부가 될 것이다.
시장을 이해하려면 시장이 복잡계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시장은 지식, 자원, 동기가 모두 다른 다양한 투자자들의 상호 작용을 반영해 움직인다. 따라서 개별 투자자의 의견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03.
원인과 결과가 확실한 논리적인 세상을 좋아했기에, 세상이 복잡계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피해다녔다. 내가 생각한대로 시장이 흘러갈 것이라고 착각하고 판단했다. 시장은 내가 생각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사건들의 발생이 얽혀져 움직인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없고, 모든 사건들의 발생 확률을 예측할 수 없으니 시장의 움직임은 읽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의 투자를 해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시장이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복잡하다고 해서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체계적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이미 한참 전에 시작했어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투자 일지를 적기로 다짐했다. 내 생각의 데이터가 쌓여서 복잡계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이 되기를 기대하며 새로운 한 걸음을 걸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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