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 통계물리학자의 안경을 쓰고 바라본 세상의 모습
00.
내가 과학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롭게 알게 된 과학적 지식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마치 여러 분야를 나름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안경을 수집하는 느낌이다. '다양성이 표준'인 세상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현상을 해석하는 능력은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도 '통계물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안경을 빌려 써보고 싶은 마음에 『세상 물정의 물리학』을 펼치게 되었다.
상명하복 계층 구조(p=0)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의견 일치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의견 일치에 도달하게 된다.
01.
경영학을 전공한 나에게 리더십은 친숙한 주제이다. 경영학에서 리더십은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다양한 리더십의 형태와 사례를 공부한다. 성공한 기업의 리더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었는지, 그러한 형태의 리더십은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한다.
통계물리학자는 의견 일치에 도달하는 시간과 일치정도라는 기준으로 리더십을 바라보았다. 최근 회사의 대표이사님이 '조직은 일사불란 해야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떠올랐다. 일사불란한 조직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부의 의견이 무시될 수 있다. 상급자의 지시이기에 따르긴 하지만, 깊게 공감하지는 못한다. 스스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일을 하는데 그 성과가 좋을수도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빠르게 의견을 모으는 리더십이 좋은 것 같지만, 이런 리더십으로는 최상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 또한 상급자의 의견이 가장 좋은 의견이라는 사실 자체에도 의문이 든다. 조직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리더가 원하는 방향이기전에 조직이 발전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우리가 '자연스럽다'라고 생각하는 변화의 방향은 물리계를 가만히 내버려둘 때 그 물리계가 평형에 도달하는 방향이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자유에너지는 점점 줄어들어 가장 작은 값을 가지게 된다.
02.
물리계가 평형 상태에 도달하는 상태가 '자연스러운' 상태이다. 자유에너지가 최소값으로 줄어든 상태. '평안'한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학교를 다닐때는 취업을 하고나면 인생이 안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었다. 적어도 먹고 살 정도의 돈은 버니까 불안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입사 후에도 끊임없이 필요한 자기계발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또 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잠을 줄이고, 시간을 쪼개서 더 많은것을 얻기위해 노력했다. 누리지 못하고,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만 하는 인생이 의미있는 인생인가?라는 고민을 하기도했다.
그 고민 끝에 여전히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에다달았다. 인생은 비탈과 평지가 번갈아 나타나는 높은 산을 오르는 과정이다. 높은 곳에는 더 상쾌한 공기와 아름다운 장관이 있는 높은산에 오르는 것이다.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20대를 마무리하는 지금, 나는 아직 더 오를 힘이 남아있고, 올라와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의 크기가참고 버티는 고통의 크기보다 크다는 것을 알기에 더 노력해 오르고자 한다.
이처럼 예술 작품에서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이 작품의 작은 구성 요소 하나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라면, 결국 그 아름다움은 구성요소들 사이 '관계맺음'의 문제이다. 같은 구성 요소라도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아름다운 시가 말도 안 되는 쓰레기 글이 되기도 하고, 화사한 봄날 꽃밭을 거니는 꽃을 든 귀여운 여자 아이가 '지지직' 소음을 내며 나오는 고장난 텔레비전 화면이 되기도 한다.
03.
최근 통섭과 관련된 책을 읽어서인지, '관계맺음'의 문제를 읽을 때 통섭이 떠올랐다. 내 머릿 속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지식들이 관계 맺을때 그 진짜 힘이나타난다. 처음 SI/SM 업무를 하면서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울 것 같다는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어느덧 3년이 지난 지금, IT의 다양한 요소들을 직간접적으로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필드가 지금 나의 자리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해낼 수 있다. 내가 가진 여러가지의 것들을 관계맺지 못한다면 그저 쉽게 대체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기술력만 남게 된다. 그러나 그런 기술력들이 모여서 통합될 때 '문제해결'이라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 될 수 있다. 과학에서도, 예술에서도, IT에서도 '통섭'은 그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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