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기록

『배드 블러드』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세 가지 질문

by Lazy Quant 2019. 9. 24.
반응형

 보통 어떤 책을 읽을지를 정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거나, 세부적인 내용을 많이 살펴본 뒤 선택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배드 블러드』는 표지만 보고 골랐다. 추리나 스릴러의 느낌이 났던 『배드 블러드』는 의외로 실리콘밸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IT 업계 종사자로서 또 실리콘밸리의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게다가 내가 몰랐던 '제2의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엘리자베스 홈즈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줄이겠다"는 비전과 "집에서 직접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다"는 테라노스의 혁명적인 캐치프레이즈에 속았다. 사실은 한 방울의 피가 아니라 정맥에서 많은 양의 피를 뽑아야 했고, 검사 또한 정확하지 않았다. 어처구니 없게도 실리콘 밸리의 똑똑한 벤처 투자가들마저 속아 이 화려한 사기 집단의 몸값은 10조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거품을 걷어내고 실체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고, 거짓된 버블은 오래가지 못 했다.

 

 엘리자베스와 테라노스의 비전은 처음부터 거짓과 가식이었을까? 당사자가 아닌 이상 품고 있던 이상의 진실성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적어도 책에 기술된 내용으로만 봐서는 테라노스가 '사람들을 속여서 돈과 명예를 얻겠다'는 목적으로 탄생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엘리자베스는 어릴 적부터 공공의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화학공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그녀는 테라노스를 통해 비전을 이루고자 했다. 이처럼 올바른 비전을 가졌던 엘리자베스는 어쩌다 끝까지 비전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끔찍한 사기꾼이 되어 몰락했을까?

 

 끝까지 똑바로 가기 위해 3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되돌아 보아야 한다.

 

1.비전을 향해 가고 있는가?

무엇보다 그녀에겐 진정으로 믿고 실현하고자 했던 비전이 있었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온몸을 바쳤다. 그러나 "유니콘" 붐의 골드러시 가운데 두 번째 스티브 잡스가 되기 위해 노력을 다한 그녀는 선의의 조언을 듣지 않고, 절차나 원칙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이 질문을 던지기 전에 올바른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한다. 올바른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면, 지금의 행동들이 비전을 향해 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엘리자베스는 직원들에게 '채혈 하는 기계는 작고 아름다워야 하며, 단 한 방울의 피로 모든 검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물리적으로 너무 작은 크기로 인해, 필요한 기능을 다 담을 수 없고, 희석된 피로는 정확한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의견을 거두지 않았고, 부족한 기능을 투자자들에게 숨기기에 급급했다.

 

테라노스의 채혈 기계와 나노테이너

 

 물론 작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적은 채혈량으로 많은 검사를 하는 기능은 소비자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비전의 본질은 아니다. 검사를 위해 수 십 킬로미터가 떨어진 병원에 방문할 필요가 없고, 진단과 검사 결과를 받기 위해 몇달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충분히 혁신적이다. 채혈 기계가 조금 크고 투박하더라도, 조금 더 많은 양의 피를 채혈하더라도, 실시간 원격으로 진단하는 것이 비전의 본질적인 실행 방안이다. 엘리자베스는 어느 순간 자신이 스티브 잡스와 같은 혁신적인 창업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사로잡혀 본인의 진짜 비전을 향해 가는 길을 잃고 말았다. '작고 아름다운 디자인, 적은 채혈량'은 엘리자베스가 가졌던 아름다운 비전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2.함께 가고 있는가?

엘리자베스는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다가 주위에 버블을 만들어 현실에서 고립되고 있었다.

 테라노스의 수 많은 직원들과, 투자자들은 엘리자베스의 비전에 감동하여 그녀와 함께 하기로 한 사람들이었다. 테라노스가 그 비전과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 직원들은 올바른 방향을 향한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나 욕망에 귀가 먼 엘리자베스는 듣지 않았다. 그렇게 수 많은 직원들이 떠나갔다. 자신의 곁에 있던 사람들이 떠나갔을 때 엘리자베스는 깨달아야 했다. 올바른 비전을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그 비전과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떠나간다면, 멈춰서서 되돌아보아야 할 시간이다.

 

3.계속 나아갈 수 있는가?

엘리자베스는 모든 주장이 사실이기를 바랐지만, 간절히 원한다고 그것이 사실이 되지는 않는다고 마이크는 생각했다.

 테라노스의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엘리자베스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엘리자베스는 투자자들에게 과장된 홍보를 했고, 그 중에는 거짓된 내용도 많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이 정도의 사기극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엘리자베스는 연극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을까? 막대한 투자금 중 자신의 몫을 챙기고 떠나는 진정한 '사기'를 생각했을 수도 있으나, 엘리자베스는 테라노스가 언젠가는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착각한 것 같다.

 

 정상적으로 진행됐던 검사 데이터만 노출하여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상태로 제품을 출시할 수는 없었다. 테라노스는 겉보기는 멀쩡하지만, 엔진이 타들어가고 있는 비행기와 같았다. 절대로 끝까지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 늦더라도 잠시 내려와 엔진을 손 보고 재정비한 후 다시 날아가야 했었다. 지금 나아가고 있는지가 아니라, 계속 나아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배드 블러드
국내도서
저자 : 존 캐리루(John Carreyrou) / 박아린역
출판 : 와이즈베리 2019.04.01
상세보기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