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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불과 나의 자서전』분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혐오의 불씨를 꺼뜨리자

by Lazy Quant 2020.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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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유튜브를 뒤적거리던 중 '집이 나의 정체성이 되는 시대'라는 썸네일에 이끌려 한 영상을 시청하게 되었다. 그 썸네일에 이끌렸던 이유는 요즘 신혼 집을 어디에 구할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조언과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집은 나의 정체성이 아니다'라는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비록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집이 나의 정체성이 되는 시대'는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것 같다. 집의 위치와 상태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어떤 동네에 사느냐와, 어떤 집에 사느냐이다. 『불과 나의 자서전』은 이런 현실을 잔잔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간략하게 내용을 소개하자면, 『불과 나의 자서전』에는 인접한 두 동네가 등장한다. 주인공 홍이는 가난한 동네 남일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현재는 행정구역의 개편으로 부유한 동네 중앙동에 살고 있다. 다른 등장인물인 주해는 어떠한 이유를 가지고 남일동으로 이사를 온 인물이다. 홀로 딸 수아를 키우며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지만, 남일동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마을버스를 운행하도록 했다. 홍이는 주체적으로 자신이 사는 동네를 변화시키는 주해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둘은 가까워진다.

 

 더 이상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후의 내용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 )

 

 

01. 소설이 현실같고, 현실이 소설같은 오늘 날의 모습

 『불과 나의 자서전』는 동네라는 나누어진 행정구역을 통해 분할과 혐오를 보여준다. 소설 속의 내용이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서 착잡한 마음이 더욱 강하게 든다. 실제로 서울의 아파트에서 펜스를 친다거나, 동을 분리해서 임대주택 주민들을 차별하는 행위가 뉴스를 통해 보도 되었다.

 

"장벽 세우고, 비상계단 막고…임대주택 차별 기막힙니다"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들이 임대주택 동을 따로 건설하는 모습이 이러한 차별이 일부의 생각과 행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면 그렇게 차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댓글도 자주 나타난다. 소설이 현실 같고, 현실이 소설같은 오늘 날의 모습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02. 모두가 차별과 혐오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차별과 혐오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대상이 될 수 있다. 남과 여, 보수와 진보, 그리고 이 소설에서 나오는 부자와 서민까지, 차별과 혐오는 일상이 되어있다. 다른 갈등들과 다르게 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과 혐오는 일방적이다.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차별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해졌을 때 자신들이 받았던 차별과 혐오을 동일하게 행사한다.

 

 『불과 나의 자서전』에도 홍이의 부모님을 통해 그런 모습들이 드러난다. 홍이의 부모님도 남일동 주민이었지만, 이후 행정구역의 개편과 경매를 통해 중앙동 주민이 된다. 그리고 마치 자신들은 노력을 통해 신분 상승을 이루어 냈고, 남일동 사람들이 못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처럼 말한다.

 

그만큼 도와줬으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해야지. 언제까지고 다른 사람 도움만 바라면 된다니. 적어도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는 주질 말아야지 산 아래를 그렇게 해놓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다니라는 거야. 안 그러니?

 

 어쩌면 지금의 나는 중앙동보다 남일동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홍이의 부모님을 비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아진다면 똑같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체 선을 긋고 차별할지도 모른다. 『멀티팩터』라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는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과정과 자원뿐이다. 결과는 운에 달려 있다.

 

 이 구절처럼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운이 함께 따라주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으로 성공을 이루어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03. 혐오의 불씨를 꺼뜨리라

 책을 읽었으면 작더라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불과 나의 자서전』을 읽은 나에게도 인식의 변화,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은 내 노력의 자부심을 분할된 저편의 낙인, 배제에서 찾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성장과 성공의 원인을 다른 사람들의 도움에서 찾을 것이다. 지금은 경제력이 부족하고, 사회적 지위도 낮지만,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성장하며 성공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받은 도움들을 주변에 나눌 것이다. 내 힘이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기에, 나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들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분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혐오의 불씨를 꺼뜨릴 것이다. 이 편에 있으면서도 저편에 선 것처럼 행동할 것이다.

 

 나 하나가 바뀐다고 해서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 하나가 바뀌면 옆에 있는 두 사람은 바뀔 수 있다. 그렇게 주해가 남일동에 희망을 가져왔던 것처럼, 나의 작은 변화가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노력한다.

 

아니, 주해가 몰고 온 변화는 다만 눈에 보이는 그런 것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곳이 달라질 거라는 믿음, 바꿀 수 있다는 자신. 주해가 보여준 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내내 설마설마했고, 망설이다가 오래전에 포기해버린 그런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주해가 일으켜 세운 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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