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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노모포비아』스마트폰으로부터 되찾아야 할 세 가지

by Lazy Quant 202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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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술을 통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을 보면, 과연 기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지만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은 거창하지만, 가장 확실한 예시를 바로 옆에서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은 지난 10년간 우리의 일상을 가장 많이 바꾸어놓은 기술의 집약체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바꾸어 놓은 우리의 일상이 아름답기만 한가?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노모포비아』는 최근 시작한 독서 모임에서 읽게 된 책이다. 평소 '기술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터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전에 읽었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또는 『다시 책으로』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인터넷과 디지털 매체의 유익함을 인정하되, 그에 수반되는 위험성을 주의하라고 말하였다. 『노모포비아』는 스마트폰의 폐해만을 단편적으로 언급하며 (스마트폰을 술과 마약에 비유하기도 하며)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노모포비아』는 우리가 스마트폰으로부터 빼앗기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되찾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건강, 정서, 자연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와닿고 실생활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01. 시간

중독 양상은 항상 구체적인 형태 속에서 나타난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컴퓨터인 동시에 게임기의 역할까지 한다. (...) 또한 경험적 연구에 다르면 수억 명의 사람이 페이스북(또는 다른 소셜 미디어)에 중독 증세를 보인다.

 

 내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사용 시간 때문이다. 중요한 ( 읽고 쓰기 ) 미루었을 변명은 항상 '시간이 없어서' 였다. 하루를 마치고 되돌아 보면, '진심으로' 하루를 최선을 다해 충실하게 산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는 변명은 더 설득력을 얻는다. 그런데 내 스마트폰에는 모든 진실이 담겨 있다.

 

 

 

 지난 한 달 간 스마트폰 사용 내역을 보면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댔던 것이 정말 부끄러워진다. 유튜브에 69시간, 카카오톡에 26시간을 사용했다. 시간들이 얼마나 의미없이 흘러간 시간인지는 스스로가 가장 안다

 

 스마트폰의 중독성은 매우 강력하여 엄청난 의지력 또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는 벗어나기가 어렵다. 나의 경우에는 가장 문제가 되는 유튜브 시청 시간을 줄이기 위해, 검색 및 시청 기록을 저장하지 않는 설정을 해두었다. 이로써 유튜브는 영상 추천에 내 개인 로그를 활용하지 못한다. 흥미를 느낄만한 영상이 잘 뜨지 않으면서 시청 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었다.

 

02. 사고

스마트폰은 단순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침해한다. 정신병리학에서 '사고 장애' 부르는 현상이다. 스마트폰에 의존적일수록 장애는  커진다. ' 물건' 그냥 꺼두거나 화면을 바닥으로 뒤집어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예 다른 방에 갖다 놓는 것이 좋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이 생겨난다. 집중해서  일이 있거나, 타인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마트폰과 공간적으로 떨어지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어린 학생이건 최고 경영자건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뇌가 멈춘 같은 기분이 때가 종종 있다. 예전에는 삶의 여러 문제들이 머릿 속을 구름처럼 둥둥 떠다닐 때, 무의식이 그런 문제들을 하나씩 잡아채서 해결책을 떠올려냈었다. 이런 현상은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 생각이 탄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문제 풀다가 답이라고 할 만한 어떤 것이 갑자기 떠올랐다면,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 전에 이미 무의식 속에서 해답을 구한 경우다. 『생각의 탄생』 中

 

 그런데 어느 순간 나의 무의식은 문제 해결하기를 멈추어버렸다. 스마트폰이 생각을 멈추게 해버린 것이다. 모든 순간 보거나, 듣거나, 검색하면서 무의식이 일할 틈을 주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가지게 된 이후 '멍 때리는' 시간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에 주의를 빼았겼다.

 

 『노모포비아』에서 말하듯이 스마트폰과 공간적으로 떨어지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다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집을 나설 때 스마트폰을 손에 들지 않고 가방에 넣는 단순한 방법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떨어뜨려 놓는 것만으로도 주의력을 어느정도 되찾아 올 수 있다.

 

03. 진실

정신의학자들은 역사상 세상 사람들을 향해 말도 되는 소리를 목청껏 외쳐댄 정신병자들이 어느 시대건 있었음을 누구보다 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대도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현대 대중매체를 비롯해 무엇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갖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누군가의 말도 되는 소리를 수백만 명이 듣게 것이다.

 

 최근 한 유튜버가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조작 방송을 했다. 피해를 입은 기업에서 법적 대응을 준비하자 유튜버는 방송이 거짓이었음을 발표하고 사과하였다. 거짓은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거짓을 통한 사람들의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돈이 된다. 거짓은 누군가에게 이익이고, 누군가에게 비용인 셈이다.

 

 '팩트 체크'라는 말이 생긴 것 자체가 '진실'을 가려내기가 어려워졌음을 대변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더 빠르게 검색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개인에게 자신의 경험과 사고를 사용해서 진실한 것과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을 깨달으라고 요구한다. 구글링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말이다." 

 


 

 스마트폰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말은 "양(量)이 독을 만든다.(세상 만물에 독이 담겨 있는데, 어떤 것이 독이 되느냐, 독이 되지 않느냐는 양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건 적당히 하면 문제가 안 되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는 뜻이다)"이다. 스마트폰의 규제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되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개인적 차원에서도 독이 되지 않도록 양(量)을 잘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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