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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당신 인생의 이야기』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by Lazy Quant 2020.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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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수록된 8편의 소설 중 '네 인생의 이야기'는 가장 기대를 많이 하고 읽은 작품이다. 평소 SF장르를 좋아하기도 했고,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 '콘택트'도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에 즐겨보던 유튜버 '겨울서점'님이 강력하게 추천한 작품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데에 한 몫했다. 작품을 읽으면서는 SF소설답게 그 내용이 주는 재미에 푹 빠져 읽었다. '언어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이라던가, '미래를 아는 것과 자유의지의 양립불가능성'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테드 창의 상상력으로 잘 풀어냈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는 습관적으로 '그래서 이게 내 삶과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적용적 글쓰기를 하면서부터 생긴 습관이다. 책에서 읽었던 인상 깊은 구절들을 다시 읽어보고,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는 인생을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때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라는 대답이 떠올랐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했던 말인데, 참 공감하는 말이다.

 


01. 삶은 인과적이면서 목적론적

물질 우주는 완벽하게 양의적인 문법을 가진 하나의 언어이다모든 물리적 사건은  가지의 완전히 상이한 방식으로 분석할  있는 언술에 해당된다 방식은 인과적이고다른 방식은 목적론적이다 가지 모두 타당하고한쪽에서 아무리 많은 문맥을 동원하더라도 다른 한쪽이 부적격 판정을 받는 일은 없다.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모든 물리적 사건을 인과적, 목적론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두 가지 원리 중 어느 한 쪽만 맞다고 할 수는 없다. 둘 다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관점으로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를 재해석하자면, '하루는 목적론적으로, 인생은 인과적으로'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 바로 '하루는 목적론적으로, 인생은 인과적으로'이다. 학창시절에는 목적론적으로만 살아가고자 했었다. 좋은 대학에 열심히 공부했고, 좋은 직장을 선택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러다 현실의 삶은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요즘에는 그런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함을 느낀다.

 


02. 하루하루는 목적론적으로

광선은 자신의 정확한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아야 해. 목적지가 다르다면 가장 빠른 경로도 바뀔테니까 (...) 또 해당 경로를 가로지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그 경로 중간에 무엇이 가로놓여 있는지, 이를테면 수면이 어디 있는지 하는 식의 정보도 필요해.

 '페르마의 최단 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빛은 최단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택한다. 마치 목적지와 가는 길의 장애물을 다 아는 것처럼 움직인다. 내 하루가 단조로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이 가능하다. 오늘 하루는 그 길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된다.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씩 끝내고, 방해 요소가 예상된다면 피해가거나 이겨내기 위해 미리 계획한다. 그렇게 내가 목적지로 삼은 하루의 끝을 향해 최단 시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

 


 

03. 인생 전체는 인과적으로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하루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해서, 내 인생의 전체를 예상할 수는 없다. 길지 않은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봐도, 내 삶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중국어를 전공했던 내가 IT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될지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직장을 다니게 될지도 예상하지 못 했었다. 크고 작은 선택들의 연속으로 만들어진 삶이겠지만, 그저 이렇게 흘러왔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작품 속 주인공은 외계 언어를 익히면서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자신의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인공은 자신이 아는 미래대로 살아간다. 현실에서는 미래를 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설령 안다고 할지라도 내가 그 미래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아는게 아니게 된다. 결국 다시 겸손으로 돌아온다. 하루하루는 내가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마음으로 열심을 다하고, 삶은 흘러가는 대로 겸허히 받아들이며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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