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 모든 생명체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그리고 늑대에게는 배울 점이 많다.
00.
지난 설 연휴 며칠을 푹 쉬고 나니, 또 무언가를 읽고 싶어지는 마음에 본가 책꽂이에 꽂혀 있던 두꺼운 책 2권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저 몽골에 꽂힌 아버지가 큰 의미 없이 사온 책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름 베스트셀러였다. 『늑대토템』은 간결한 제목과 달리, 세심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담고 있다. 단순히 몽골 민족의 늑대 숭배 사상과 초원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주인공 천전의 마음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초원 민족이 지키려는 것은 큰 생명체다. 그래서 그들은 초원가 자연의 생명이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농경민족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작은 생명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의 목숨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큰 생명체가 사라지면 작은 생명체도 전부 죽게 된다.
01.
현대 사회에서 아무리 사나운 맹수라 하더라도 더 이상 인간의 적수가 되지 못 한다. 이런 현대 사회에서 아직도 동물을 숭배하는 민족이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아직 미숙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몽골 민족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몽골인들이 늑대를 정복할 수 없기 때문에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애초에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집을 더 안락하고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자신의 집을 정복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없다. 몽골인들에게 자연은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이고, 늑대는 초원이라는 삶의 터전을 함께 지키는 동반자였던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인간이 신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초원에서 늑대와 함께 살아간 것이다.
내가 볼 때는 체제의 황사가 초원의 황사보다 더 무서운 것 같아. 체제의 황사야말로 초원의 사막화를 불러온 진짜 원인이 아니었겠나
02.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 정부는 유목 문화를 미개한 문화라 생각했다. 넓은 토지에서 나오는 생산량은 극히 미비했고, 생산의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여전히 늑대라는 '미물'을 제압하지 못해 재산의 피해를 입었고, 계절마다 변하는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떠도는 삶은 불안정해 보였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위대한 농경 문화를 '전수'해주고자 하였다.
그렇게 농경 문화는 전해졌고, 산업 사회로까지 이어졌다.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유목민은 더 이상 떠도는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게 되었다. 늑대는 초원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초원는 파괴되었다.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굶주린다. 더 이상 늑대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황사와 미세먼지는 더 치명적으로 인간의 숨통을 조여온다.
'하늘의 운행이 쉼이 없듯이 군자도 하늘을 본받아 스스로 노력하기를 게을리 말라.', '부귀도 뜻을 방탕하게 하지 못하고, 빈천도 그 절개를 변하게 하지 못하며, 위협과 무력도 그 뜻을 꺾을 수 없다.' 여기서 나오는 네 가지의 정신, 즉 불식, 불음, 불이, 불굴이 바로 전형적인 늑대 정신이자 늑대토템의 정신이라네.
03.
몽골인들은 모든 것이 탱그리(하늘)의 뜻에 따라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자연이 지금의 모습과 같이 창조된 것도 탱그리의 뜻이며, 늑대가 초원의 가장 오랜 주인으로 군림한 것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저 늑대를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늑대를 스승으로 삼아 끊임없이 배우려고 했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그리고 늑대에게는 배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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