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시작.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00.
주변 사람들은 평소 나에게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내가 감정에 휘둘리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감정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 하고 '그냥 그런 감정이 드는 걸 어떡해?'라고 말할 때 조금은 답답했다. 그냥 그런 감정이 든다면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인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우리가 스스로 감정을 구성하는 설계자라고 말한다. 감정 자체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고, 통제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 책이 단순히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 서적이 아니라, 심리학과 뇌과학이라는 과학 서적이라는 점에서 더 끌렸다.
당신은 합리적 사고를 통해 감정을 극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신의 신체 예산 상태가 모든 사고와 지각의 기초이며 내수용과 정동이 당신의 매순간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스스로를 합리적 존재로 경험할지 모르지만, 그 밑바닥에는 언제나 당신의 신체 예산과 이에 연결된 정동이 꿈틀거리고 있다.
01.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은 '이성적'이지 못 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이 나에게 어떻게 하면 감정 기복을 없앨 수 있냐고 물어올 때,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라'고 조언을 해줄 때가 많았다. 내가 합리적 사고를 통해 감정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이성적 사고로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내가 아무리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도, 내 몸이 느끼는 쾌감/불쾌감, 평온/흥분 등의 원초적인 정동을 조절할 수는 없다.
감정에 대한 기존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정동은 조절할 수 없고, 정동을 느낀 후 몸은 순식간에 정동을 해석해서 감정을 만들어낸다. 그 찰나의 순간에 이성적 사고가 끼어들 틈은 없다. 감정이 만들어진 후 이성적 사고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자기 위안일 뿐이지, 실제로 감정을 조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관건은 감정이 만들어지기 전이다.
그렇다면 뇌의 예측이 현실적으로 조정되고 신체 예산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당신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우선은 건강하게 먹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생물학적으로 볼 때 다른 대체물은 없다.
02.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내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가장 기대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이렇게나 교과서적인 답이라니,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부분도 이 대답이었다. 신체 예산이 잘못된 예측을 하고, 잘못된 신체 반응을 이끌어낸다면 아무리 내가 감정을 조절하고 싶어도 그 전제 조건 자체를 만족시킬 수 없다.
최근 업무적인 공부를 계속하면서도, 운동, 신앙, 사진 등을 포기할 수 없어서 식사와 수면을 포기하고 있었다.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간단히 떼울 수 있는 음식들을 먹고, 잠 자는 시간이 아까워 커피 등의 각성제로 버텼다. 눈에 보이는 건강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한 두시간이 감정을 통제하는 것보다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가? 모든 것은 우선 순위와 선택의 문제이다. 감정을 통제한다는 것 자체가 가시적인 능력이 아니기에, 별 거 아닌 것으로 과소평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불안정한 감정 인지와, 통제 능력은 내가 가지고자 했던 업무적 지식 습득 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대한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안다면, 수면과 식사 등의 건강한 신체를 위한 활등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신이 구성하는 모든 경험은 일종의 투자다. 그러므로 현명하게 투자하라. 당신이 미래에 다시 구성하고 싶은 경험을 가꾸어라.
03.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잘 자고, 잘 먹는 것 뿐인가? 그렇지 않다. 신체 예산이 정상적으로 예측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여기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그 이후 내 몸이 느낀 상황과 정동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내 과거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다. 모든 순간 내가 경험한 것들이 축적되어, 미래에 내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물건을 구매하는데 지출하기보다, 경험을 구매하는데 지출을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은 '구성된 감정 이론'에 대해 알지 못했더라도 이미 경험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경험을 경제적 용어로 표현하면 복리로 불어나는 자산이다. 지금 내가 무엇을 경험하는지가, 다음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그 선택을 통한 경험이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경험할지 정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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