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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by Lazy Quant 2019.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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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더 큰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아주 작은 세상들에 대한 시선


00.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읽고 양자역학에 흥미를 느껴서 관련된 내용을 몇 가지 찾아보다가 이 책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양자역학은 고전 물리학과 비교되는 현대 물리학으로, 그 세부 이론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실험과 연구를 계속하며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또한 수 많은 양자역학 전문가 중 한 명인 카를로 로벨리의 '주장'이 담긴 책이다. 저자 또한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과학자들도 많다고 미리 밝혀둔다. 과학에 '진리'는 없다고 말하는 과학자다운 겸손한 시작이다.


양자역학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론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우리 상상력의 한계 때문입니다. 

01.

 동전을 던지고, 그 결과를 확인해보니 '앞면'이었다. 그럼 확인하기 전에 동전은 앞면이었을까, 뒷면이었을까? 양자역학에서는 앞면이면서 뒷면이라고 답한다. 앞면 또는 뒷면이 아니라, 앞면이면서 뒷면. 그 물리적 상태를 상상하려 해보아도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처럼 '양자 도약'이나 '양자 중첩' 등의 현상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인지했던 차원을 넘어서야 이해가 가능하다.

 우리가 인지조차 할 수 없는 미시 세계의 원리를 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최근 IT 세미나를 통해 양자컴퓨팅에 대해 듣게 되었다. 기존의 비트는 0 또는 1로 정보를 표현하는 것인데, 양자 비트인 큐비트(Qubit)는 0 이면서 1인 정보 표현 단위라고 한다. 양자 역학을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이 0과 1의 상태를 모두 가지고 있는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이해하기는 힘들다. 큐비트를 이용한 칩은 수퍼컴퓨터의 1억배 빠른 연산 속도를 가진다고 한다. 양자 컴퓨팅이 단순히 양자 역학에서 인사이트를 받은 개념적 활용인지, 실제 양자 단위에서의 물리적 방식을 활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실 세계에서 양자역학을 이용한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과학과 예술은 세계에 관해 새로운 무언가를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하며, 세계의 두터움과 깊음과 아름다움을 이해할 있게 해줍니다. 위대한 물리학과 위대한 음악은 마음에 직접 말을 하고 사물의 본성이 지닌 아름다움과 깊이와 단순성으로 우리의 눈을 엽니다.

02.

 예전에 『안목』이라는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이 발견해내지 못하는 아름다움까지 찾아내는 안목이 높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떤 예술 작품을 보고 누군가는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그 아름다움에 탄복하고 큰 기쁨을 느낀다.


 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고, 과학은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을 그저 시험의 한 과목으로만 생각한다. 그렇기에 입시가 끝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 과학에 대해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렌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좋은 렌즈를 가지기 위한 노력을 그만둘 수 없을 것이다. 좋은 렌즈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발견하기 위해 끊임없이 과학을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것도 확신할 없다면, 과학이 말해주는 것에 어떻게 의지할 있는 것일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과학을 신뢰할 있는 것은, 그것이 확실한 대답을 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과학을 신뢰할 있는 까닭은, 현재 우리가 가진 최선의 대답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찾아낸 최선의 대답 말입니다.

03.

 과학에 '절대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이론이 있더라도 신뢰도가 높을 뿐, 100% 맞다고 할 수는 없다. 언제든지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초기 조건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모든 것은 예측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아무리 초기 조건을 정확히 알더라도, 실제로 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확률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과학에서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진리'를 확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수 천 번, 수 만 번의 실험과 검증을 통한 이론들도 뒤집어진다. 그에 반해 내가 가지는 모든 생각들은 나의 경험으로부터 나온다. 엄청난 양의 Input을 가진 과학적 이론들도 '진리'가 될 수 없는데, 개인이 짧은 인생 동안 경험한 Input들로 가지게 된 생각들을 '진리'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과학은 우리에게 겸손하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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