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 양자역학도 교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교양 서적.
00.
과학은 전문 지식이라 생각했다. 내가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지 않았기에, 굳이 과학적 지식을 탐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다. 저자는 이런 나의 생각에 반례를 들 듯 과학적 지식으로부터 나오는 삶의 통찰을 보여주었다. 그는 원자의 운동을 통해 사회 운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고, 양자역학을 통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학문은 창조를 위한 일이고, 창조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다. 학문하는 것을 공부라 한다. 때로 공부가 힘들고 지루할 때가 있지만, 창조의 희망을 가지고 버티는 것이 학자들이다. 왜냐면 그것이 즐거움이니까.
01.
대학을 졸업할 때 이제는 공부로부터 해방이라는 생각에 큰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취업을 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느낀 것은 끝없는 공부의 필요성이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며 그 외의 시간을 힘겹게 짜내서 공부해야 했다. 공부만 하면 됐던 학생 때보다 더 힘든 일과가 이어졌다. 한 때는 이런 삶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었다. 이러다 내 시간이라는 것을 가져보지 못 하고, 평생 공부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일을 하면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낄 때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을 때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모바일 앱을 만들어서 출시했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몇 달동안이나 붙잡고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누리지 못했을 기쁨이다. 창조가 주는 그 기쁨을 누려보고는 그만둘 수가 없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내가 만든 것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이 공부를 그만둘 수 없다. 우리는 모두가 창조의 희망을 가지고 버티는 학자인 것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미래를 아는 것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오로지 확률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02.
동전을 던지고 확인을 하니 앞면이 나왔다. 그러나 확인하기 직전까지 그 동전은 앞면이기도 하고, 뒷면이기도 하다. 앞면일 수도 있고, 뒷면일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앞면이면서 뒷면이라는 얘기이다. 양자역학에서는 상상으로도 하기 힘든 이 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앞면이면서 또 뒷면인 동전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상태인가를 상상해보려 했지만, 그저 그런 상태가 있다고 믿는 것 이상은 힘들었다.
양자역학은 100% 확실한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내가 아무리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해도,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세상의 메커니즘이다. 양자역학 앞에서 겸손해진다. 내가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된다한 들 어떻게 세상의 메커니즘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어떻게 세상이 나한테 이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세상은 언제나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원하는 미래를 그려나가려면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나는 과학을 좋아하지만, '사실'을 알려주는 냉철함 때문이 아니라, 우선 '가설'을 세울 줄 아는 모험심 때문에 좋아한다.
03.
현대 물리학에 대해 듣다보면 머리로 상상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왜곡 된다느니, 양자 상태의 에너지는 중첩 가능하다느니, 머릿 속으로 그 이미지를 그려보려 해도 한계가 존재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과학적 원리를 밝혀내고 증명을 해낸다. 그런 과학 법칙이 한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나오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허무맹랑해 보이는 상상으로 가설을 세우고 자신의 삶을 다해 증명해내는 것이다.
과학적인 삶이란, 도전하는 삶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말도 안 된다고 외쳐도 내가 그렇다는 생각이 들면 도전하는 것이다. 그 가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내는 삶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다. 가설을 세우고 도전할 수 있는 과학적 마인드. 과학을 교양으로 익혔을 때 얻을 수 있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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