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는 행동이 결국 나를 돕는 일이다.
01.
이타주의, 기부, 선(善)의 실현. 이성보다는 감성과 더욱 어울리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타주의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이성을 강조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선(善)을 최대화하는 것이 효율적 이타주의이며, 이 때 감성보다는 이성에 의지하여야 가장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이 생기고 난 후부터 수입의 약 5~10% 정도를 기부하기 시작했다. 기부 단체를 정할 때 평소 이름을 들어보았던 기부 단체 중에서 세 곳을 골라 나누어 기부했다. 분산 투자를 해서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것처럼, 기부처를 나누어 나의 기부금이 모두 엉뚱한 곳에 낭비되는 일만은 피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 단체들의 표면적인 기부금 사용 현황조차 살펴보지 않았었다. 내가 한 기부는 효율적 이타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효율적 이타주의자』에 따르면 지금이라도 여러 기부 단체를 알아보고, 가장 효율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곳으로 기부 단체를 바꾸는 것이 최대의 선(善)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하고 있는 기부를 중단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처음 기부를 시작할 때 후원 아동들이 후원이 중단될 때 큰 상처를 입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리고 그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 시작하는 후원을 중단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숫자의 논리에 따른다면 당연히 후원을 중단하고 더 효율적인 기부 단체를 찾는 것이 맞겠지만, 한 사람을 사랑하는 가치는 숫자,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시각장애인 안내견 1마리 훈련비용 4만 달러
vs.
개발도상국 트라코마 환자 실명 위기 치료비용 20달러
02.
이타적 차익거래. 나의 한 달 수입 중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시에라리온에 있는 나의 후원아동이 한 달동안 끼니를 해결 할 수 있다. 이것이 이타적 차익거래의 개념이다. 주식 시장을 분석하는 것처럼 지금 이 세상을 철저히 분석하여 가장 많은 차익(적은 돈으로 많은 선을 실현)을 남길 수 있는 곳에 기부를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타적 차익거래의 개념을 통해 어느 곳에 기부할 것인지를 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을 훈련하기 위한 비용으로 개발도상국의 2000명을 실명의 위험에서 구할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위한 기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내가 시에라리온의 아동을 후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이런 극단적인 사례만을 생각해서 가장 효율적인 곳만을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무도 미국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부를 하지 않고, 미국 시각 장애인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그 또한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미국의 시각장애인도, 개발도상국의 트라코마 환자도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의 이웃이다.
03.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존재론적 위험'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 스스로 완전한 효율적 이타주의자가 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존재론적 위험은 행성 충돌이나, 핵전쟁 발발 등 인류 전체가 멸망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숫자의 논리로 계산 했을 때 이런 존재론적 위험의 피해가 거의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존재론적 위험을 예방할 때의 선이 "우리가 나머지 모든 분야에서 달성할 선의 총합을 가뿐히 뛰어넘고도 남을 정도"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많은 설명을 덧붙였지만, 여전히 내가 완전히 공감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었다.
기부, 이타주의에 대하여 모두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성적이든, 감성적이든 한 영혼을 향한 마음은 모두 똑같이 소중하다.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선(善)을 실현할 때 세상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효율적 이타주의는 그 속도를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선(善)에 동참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신은 주기만 할 뿐 나눠주지는 않는다
-아이티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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