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담론

Lazy Quant 2018. 4. 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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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복 교수님을 알게 된 것은 "함께 맞는 비"라는 서화를 통해서였다. 사실 예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그 서화 작품이 예술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는 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함께 비를 맞는 다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 후 신영복 교수님의 여러 서화 작품들을 찾아보았었는데, 많은 작품들에서 사람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담론』이라는 책을 통해서는 어떻게 신영복 교수님이 사람냄새를 내게 되었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이양역지(以羊易之)

01.이양역지

 이양역지(以羊易之)는 '양으로 바꾸다'는 뜻으로, 『맹자』에 나오는 제나라 선왕의 고사를 인용하면서 많이 알려졌다. 제나라 선왕은 제물로 사용될 소가 사지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측은지심을 느꼈고, 소 대신 양을 제물로 사용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맹자는 소를 양으로 바꾼 것이 바로 인(仁)을 실천하는 방법이라며 선왕을 칭송한다. 소를 불쌍히 여긴 것은 직접 보았기 때문이고, 이는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직접 본 소는 불쌍하고, 보지 못한 양은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불공정을 초래하거나, 성과를 저해하는 등 '관계'가 만들어내는 부정적 결과를 많이 보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관계'에 대해 긍정적 인식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더 컸다. 그러나 맹자는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에 대한 감정이 생겨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 말한다. 그리고 '관계'를 맺는 것은 사회의 본질이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 바꿀 수 없는 것은 인정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관계' 그 자체가 아닌, '관계'로부터 발생되는 부정적인 영향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 심리를 버리고, 관계를 통해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관계'에 집중해야겠다.


그 사람의 생각은 그가 살아온 삶의 역사적 결론.

역사를 다시 쓸 수 없듯이 그 사람의 생각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02.

 사람들은 종종 감정기복이 없는 나를 보고 신기해하곤 한다. 내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거의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 나름의 비법이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과의 의견 충돌을 겪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저 사람은 왜 저래? 그 사람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야'라며 나와 너무나도 다른 타인을 마주했을 때 그 타인이 잘못됐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다를 뿐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 다름을 잘 인정하는 편이다. '나와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할 수 있겠는가'를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신영복 교수님은 한 사람의 생각을 그 사람의 역사라고 표현했다. 역사는 그 누구도 다시 쓸 수 없다. 타인의 과거에 내가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라고는 현재에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타인의 미래에 조금씩 영향을 미치는 것뿐이다.


차이는 자기 변화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출발

03.

 내가 잘하는 것이 타인과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잘 못하는 것은 자기 변화이다. 타인과의 차이를 잘 인정하만,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고 선을 긋는 경향이 있다. 나와 잘 맞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꺼린다. 모든 사람들이 어느정도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변화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와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변하기보다 관계의 깊이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영복 교수님은 타인과의 차이는 자기 변화로 이어지는 출발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관계를 맺어나가는 방법이다. 요즘은 워낙 개인을 중시하는 시대이고, 개인의 행복이 가장 우선시 되는 세상이다.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까지만 한다면, 개인의 행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를 따뜻하게 해 주는 관계, 깨닫게 해 주고 키워 주는 관계가 최고의 관계"이기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자기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신영복 교수님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사람냄새는 바로 그런 인간 관계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 또한 그러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자기 변화를 받아들이고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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